AI가 쓴 초안을 사람이 검수할 때 어디를 봐야 하나
전체를 다시 읽으면 시간이 배로 듭니다. 틀리는 지점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AI에게 초안을 맡기고 사람이 검수하는 방식은 이제 흔합니다. 그런데 검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기"로 하면 시간이 절약되지 않습니다. 직접 쓰는 것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걸립니다.
초안을 여러 종류로 만들어 보면서 확인한 건, 틀리는 지점이 대체로 정해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거기만 집중해서 보면 검수 시간이 크게 줄어듭니다.
1. 숫자와 고유명사
가장 먼저 봐야 할 곳입니다. 모델은 숫자를 자신 있게 씁니다. 문맥상 그럴듯한 숫자를 만들어 내는 일이 있고, 그럴듯하기 때문에 눈에 잘 안 띕니다.
특히 위험한 조합이 있습니다. 원문에 있던 숫자 + 모델이 덧붙인 해석입니다. 숫자 자체는 맞는데 "전년 대비"가 붙거나 단위가 바뀌어 있는 경우입니다. 숫자만 대조하면 통과하고, 해석까지 봐야 걸립니다.
고유명사도 같습니다. 회사명, 제품명, 사람 이름은 비슷한 다른 것으로 바뀌어 있을 수 있습니다. 검수할 때 이것들만 먼저 훑어 표시해 두면 나머지 읽기가 편해집니다.
2.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접속사
"따라서", "그 결과", "때문에". 이런 표현이 나오면 앞뒤가 실제로 인과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모델은 문장을 매끄럽게 잇는 데 능해서, 상관관계나 단순 나열을 인과처럼 연결하는 일이 있습니다.
원문에는 "A가 늘었다. B도 늘었다"만 있었는데 초안에서 "A가 늘어 B가 증가했다"가 되는 식입니다. 문장은 더 읽기 좋아졌는데 내용은 달라졌습니다. 이건 문법 오류가 아니라 사실 관계 오류라 교정 도구로는 안 잡힙니다.
3. 단정의 강도
"~할 수 있다"가 "~한다"로, "일부 사례에서"가 "일반적으로"로 바뀌는 경우입니다. 요약이나 리라이팅 과정에서 조건절이 떨어져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합니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강한 문장이 더 잘 읽히기 때문에 검수할 때도 그냥 넘어가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초안에서 단정형 문장을 먼저 세어 봅니다. 원문보다 단정형이 늘었으면 어딘가에서 조건이 빠진 것입니다.
4. 없는 것을 채운 자리
모델은 빈칸을 싫어합니다. 정보가 부족한 부분도 형식을 맞춰 채웁니다. 표를 만들라고 하면 근거가 없는 칸까지 그럴듯하게 채우고, 목록을 5개 만들라고 하면 4개까지만 근거가 있어도 5개를 만듭니다.
그래서 목록의 마지막 항목과 표의 빈칸 근처를 의심하는 게 효율적입니다. 여기서 가장 자주 나옵니다.
5. 내 목소리가 아닌 문장
사실 오류는 아니지만 결과에는 영향을 줍니다. 초안을 그대로 쓰면 글이 매끄러운데 누가 썼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특히 특유의 어휘나 문장 길이가 평균으로 수렴합니다.
읽으면서 "내가 이렇게 말했을까" 싶은 문장에 표시해 두고 나중에 되돌리면 됩니다. 전부 되돌릴 필요는 없고 서너 문장만 살려도 인상이 달라집니다.
검수 순서
정리하면 이 순서가 빠릅니다.
| 순서 | 볼 것 | 방법 |
|---|---|---|
| 1 | 숫자·고유명사 | 원문과 대조. 단위와 수식어까지 |
| 2 | 인과 접속사 | "따라서/때문에" 검색해서 앞뒤 확인 |
| 3 | 단정형 | 조건절이 사라졌는지 원문 대조 |
| 4 | 목록 마지막·표 빈칸 | 근거 없이 채워졌는지 |
| 5 | 문체 | 내 말투가 아닌 문장 표시 |
전체를 정독하는 대신 다섯 번 훑는 셈인데, 실제로는 이쪽이 더 빠르고 더 잘 걸립니다. 정독은 매끄러운 문장에 속기 쉽고, 목적을 정해 놓고 훑으면 그 목적에 해당하는 것만 눈에 들어옵니다.
한 가지 더
초안을 만들 때부터 검수를 염두에 두면 더 편해집니다. 근거가 없는 부분은 비워 두라고 지시하는 것입니다. 채우지 말고 "확인 필요"라고 표시하게 하면, 검수할 때 그 자리만 보면 됩니다. 모델은 빈칸을 싫어하지만 비우라고 명시하면 비웁니다.
이 사이트의 도구들도 같은 원칙으로 프롬프트를 씁니다. 3줄 요약 해봄에서 "잘려나간 것"을 따로 적게 한 것도, 채우기보다 무엇이 없는지를 드러내는 쪽이 쓸모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