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 첫 문장이 탈락을 부르는 3가지 패턴
서류를 읽는 쪽은 한 사람당 1~2분을 씁니다. 그 시간의 대부분은 첫 문장에서 갈립니다.
자기소개서를 검토하는 쪽에 서 보면 이상한 사실을 하나 알게 됩니다. 글을 끝까지 읽고 떨어뜨리는 경우보다, 몇 줄 읽다가 마음이 정해지고 나머지는 확인 삼아 훑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수백 부를 며칠 안에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됩니다.
그래서 첫 문장은 글의 도입부가 아니라 나머지를 읽게 만들지 결정하는 장치입니다. 아래 세 가지는 그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1. 시간 순서로 시작하는 문장
"어릴 적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대학 시절 학회 활동을 하며",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후". 자기 인생을 설명하려니 자연스럽게 시간 순서를 따라가게 되는데, 읽는 쪽에서는 결론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글이 시작된 셈입니다.
문제는 이 문장이 틀려서가 아닙니다. 정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부터 관심이 많았다는 사실은 지원자를 구별해 주지 않습니다. 같은 직무에 지원한 사람 중 관심이 없었다고 쓴 사람은 없습니다.
고치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시간 순서를 버리고 가장 강한 근거를 첫 문장에 올리는 것입니다. 무엇을 만들었고 결과가 어땠는지,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가 첫 줄에 있으면 그 다음부터는 읽을 이유가 생깁니다.
2. 회사 이름만 바꾸면 어디에나 낼 수 있는 문장
"귀사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인재가 되겠습니다", "업계를 선도하는 귀사에서". 지원 동기 문항에서 이런 문장이 나오면 대개 거기서 판단이 끝납니다. 왜냐하면 이 문장은 지원자가 그 회사를 알아보지 않았다는 증거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읽는 쪽이 지원 동기에서 확인하고 싶은 건 열정이 아닙니다. "이 사람이 우리가 실제로 하는 일을 알고 있는가"입니다. 그래서 회사의 슬로건을 인용하는 것보다, 그 회사가 최근에 낸 제품이나 겪고 있는 문제를 언급하고 거기에 자기 경험을 붙이는 편이 훨씬 강합니다. 한 줄이면 충분합니다.
3. 형용사로만 채워진 문장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하며 소통에 능한 지원자입니다." 세 개의 주장이 있는데 근거는 하나도 없습니다. 이런 문장은 읽는 쪽에서 자동으로 걸러집니다. 판단할 재료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자주 나오는 오해가 있습니다. 근거를 붙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형용사 뒤에 사례를 덧붙입니다. "책임감이 강합니다. 팀 프로젝트에서 끝까지 맡은 일을 완수했습니다." 여전히 약합니다. 형용사를 지우고 사실만 남기는 편이 낫습니다.
| 이렇게 쓰면 | 이렇게 바꾸면 |
|---|---|
| 책임감이 강합니다 | 팀원 2명이 중도 이탈한 상황에서 남은 기능을 혼자 마감까지 끝냈습니다 |
| 소통에 능합니다 | 요구사항이 매주 바뀌던 프로젝트에서 변경 이력을 문서로 정리해 재작업을 줄였습니다 |
| 성실합니다 | (삭제) |
세 번째 줄을 삭제로 둔 이유가 있습니다. 근거를 붙일 수 없는 형용사는 애초에 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자리만 차지하고 신뢰를 깎습니다.
그래서 첫 문장을 어떻게 쓰나
정답이 하나 있는 건 아니지만, 잘 통하는 형태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구체적인 상황 + 내가 한 행동 + 결과가 한 문장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길어도 괜찮습니다. 짧고 공허한 문장보다 조금 길더라도 정보가 있는 문장이 낫습니다.
쓰고 나서 확인해 볼 방법도 하나 있습니다. 첫 문장만 잘라내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이 사람이 어떤 직무에 지원했는지 맞혀보라고 하는 것입니다. 못 맞히면 그 문장은 아직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이 사이트의 자소서 첨삭 해봄은 위 기준으로 글을 읽고 점수와 함께 문단별로 짚어 줍니다. 다만 도구가 지적한 것을 그대로 받아 적기보다는, 왜 그 지적이 나왔는지를 보고 직접 고치는 편이 결과가 낫습니다. 이유는 다음 글에서 따로 다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