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쓴 글은 어디서 티가 나는가 — 실제로 걸리는 7가지

문체가 아니라 구조에서 먼저 티가 납니다. 읽는 쪽이 무의식적으로 걸러내는 지점들을 정리했습니다.

해봄·

AI로 초안을 쓰는 게 흔해지면서 "티 안 나게 고치는 법"을 묻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문체를 바꾸려 합니다. 존댓말을 반말로 바꾸거나, 어미를 섞거나, 이모지를 넣거나요. 그렇게 해도 대체로 티가 납니다. 티가 나는 지점이 문체가 아니라 구조에 있기 때문입니다.

AI가 쓴 글을 사람이 읽을 때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순간을 모아 보면 패턴이 꽤 뚜렷합니다. 아래 일곱 가지는 제가 실제로 초안을 검수하면서 반복해서 잡아낸 것들입니다.

1. 모든 문단이 같은 길이다

사람이 쓴 글은 문단 길이가 들쭉날쭉합니다. 할 말이 많은 대목은 길어지고, 짚고 넘어가는 대목은 한 줄로 끝납니다. AI는 대체로 균일하게 씁니다. 세 문장짜리 문단이 계속 이어지면 내용과 무관하게 기계적인 인상을 줍니다.

고치는 법은 단순합니다. 가장 중요한 문단을 일부러 짧게 만드세요. 한 문장짜리 문단은 강조 장치인데, AI 초안에는 거의 없습니다.

2. 항목이 항상 세 개다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세 개는 안정적으로 보이는 숫자라 모델이 자주 고릅니다. 문제는 실제 세상이 늘 셋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겁니다. 억지로 채운 세 번째 항목은 읽는 사람이 알아챕니다. 앞의 둘보다 근거가 약하고 문장도 짧기 때문입니다.

약한 항목은 지우세요. 두 개짜리 목록이 셋보다 나을 때가 많습니다.

3. 결론이 양쪽을 다 살린다

"물론 A도 중요하지만 B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결국 균형이 중요합니다." 이런 마무리가 나오면 거의 확실합니다. 모델은 틀릴 위험을 줄이려고 양쪽을 다 인정하는 쪽으로 기울고, 그 결과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문단이 남습니다.

사람이 쓴 글에는 판단이 있습니다. 심지어 틀린 판단이라도요. "그래서 나는 A라고 본다"가 없는 글은 읽을 이유가 약합니다.

4. 예시가 구체적인 척만 한다

"한 스타트업의 사례를 보면", "제가 아는 어떤 팀은". 이름도 숫자도 시점도 없는 예시는 예시가 아니라 예시의 형태입니다. 모델은 실제 사례를 모르니 사례처럼 보이는 문장을 만듭니다.

여기가 사람이 반드시 개입해야 하는 지점입니다. 초안에 있는 가짜 예시를 지우고 자기가 실제로 겪은 것 하나로 바꾸면 글의 신뢰도가 가장 크게 올라갑니다. 하나면 충분합니다.

5. 번역투가 남아 있다

한국어 모델이라도 학습 데이터에 번역문이 많아서 특유의 문형이 나옵니다.

자주 나오는 번역투자연스러운 한국어
~할 필요가 있습니다~해야 합니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입니다
~을 통해~로 / ~에서
~에 대한 이해를 높이다~을 더 알게 되다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크게 좌우합니다 / 없으면 안 됩니다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합니다방법이 여럿입니다

특히 "~을 통해"와 "~에 대한"은 한 문단에 두 번 이상 나오면 눈에 띕니다. 찾아서 바꾸는 것만으로 인상이 꽤 달라집니다.

6. 문장이 자기 자랑을 한다

"이러한 접근은 매우 효과적입니다", "혁신적인 방법론입니다". 근거 없이 자기가 쓴 내용을 칭찬하는 문장이 섞입니다. 사람이 쓸 때는 잘 안 나오는 형태입니다. 자기 글을 스스로 칭찬하는 게 어색하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형용사로 된 평가는 전부 의심하세요. 효과적·혁신적·강력한·핵심적인 같은 단어가 근거 없이 붙어 있으면 지우면 됩니다. 지워도 문장이 멀쩡하면 원래 없어도 되는 말이었습니다.

7. 마지막 문단이 요약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정리하자면". 앞에서 한 말을 다시 하는 문단입니다. 논문이라면 필요하지만 짧은 글에서는 독자를 무시하는 인상을 줍니다. 방금 읽었는데 또 말해 주니까요.

마지막 문단에는 요약 대신 앞에서 안 한 말을 넣으세요. 남은 질문, 반대 견해, 다음에 해볼 것 같은 것들이요.

검수 순서

초안을 받았을 때 위 일곱 가지를 이 순서로 보면 빠릅니다.

  1. 가짜 예시부터 찾아 지운다 (4번) — 가장 위험하고 가장 티가 납니다
  2. 결론에 판단이 있는지 본다 (3번)
  3. 마지막 문단이 요약이면 잘라낸다 (7번)
  4. 근거 없는 형용사를 지운다 (6번)
  5. 번역투를 찾아 바꾼다 (5번)
  6. 억지로 채운 항목을 뺀다 (2번)
  7. 문단 길이를 흐트러뜨린다 (1번)

앞의 셋은 내용에 관한 것이라 반드시 사람이 해야 하고, 뒤의 넷은 기계적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없다면 앞의 셋만 해도 인상이 크게 달라집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 글이 말하는 건 "AI 티를 지워서 속이자"가 아닙니다. 위 일곱 가지는 전부 글이 실제로 나빠지는 지점입니다. 가짜 예시는 신뢰를 깎고, 판단 없는 결론은 읽을 이유를 없애고, 요약 문단은 시간을 뺏습니다. 티를 지우는 작업과 글을 좋게 만드는 작업이 여기서는 같은 일입니다.

관련해서 AI가 쓴 초안을 사람이 검수할 때 어디를 봐야 하나프롬프트를 길게 쓸수록 결과가 나빠지는 경우도 같이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말투를 바꾸는 작업은 말투 바꾸기 해봄에서 해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해봄 운영자가 직접 도구를 만들고 운영하며 확인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사실이 아닌 부분을 발견하시면 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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