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 글과 안 읽히는 글의 차이는 첫 화면에서 갈린다
업무 글은 정독되지 않습니다. 훑는 사람을 전제로 쓰면 구조가 달라집니다.
업무에서 오가는 글은 대부분 정독되지 않습니다. 받는 사람은 먼저 훑고, 자기와 관련 있다고 판단되면 그때 읽습니다. 그런데 쓰는 쪽은 정독을 전제로 씁니다. 이 어긋남에서 대부분의 "안 읽히는 글"이 나옵니다.
훑을 때 사람이 실제로 보는 것
눈이 머무는 자리는 정해져 있습니다.
- 제목
- 첫 두세 줄
- 굵게 표시된 부분
- 목록의 첫 항목
- 표의 헤더
- 마지막 문단
여기에 판단할 재료가 없으면 그 글은 나중으로 밀립니다. 반대로 이 자리들만 잘 채워도 읽힘이 달라집니다.
결론을 뒤에 두는 습관
가장 흔한 문제입니다. 배경 → 경과 → 검토 → 결론 순서로 쓰면 논리적으로는 자연스럽지만, 훑는 사람은 결론에 닿기 전에 창을 닫습니다.
순서를 뒤집으면 됩니다. 결론 → 근거 → 배경입니다. 첫 문단에서 결론과 필요한 행동을 말하고, 그 뒤에 왜 그런지를 씁니다. 배경이 필요한 사람은 끝까지 읽고, 결론만 필요한 사람은 첫 문단에서 볼일이 끝납니다. 양쪽 다 만족합니다.
이게 어려운 이유는 쓰는 사람 입장에서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곧 노력이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읽는 사람은 그 노력을 평가하려고 글을 여는 게 아닙니다.
문단 첫 줄에 정보를 넣기
문단의 첫 줄은 그 문단 전체를 대표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고려사항이 있습니다" 같은 문장은 자리만 차지합니다. 첫 줄만 이어서 읽어도 글의 흐름이 파악되면 잘 쓴 글입니다.
써 놓고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각 문단의 첫 줄만 뽑아서 이어 읽어 보는 것입니다. 그것만으로 무슨 얘기인지 알 수 있으면 통과입니다. 안 되면 첫 줄을 바꿔야 합니다.
표가 문단보다 나은 경우
비교, 조건, 항목별 차이를 설명할 때는 문단보다 표가 압도적으로 잘 읽힙니다. 그런데 표로 만들 수 있는 내용을 문장으로 늘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이런 내용이면 | 이렇게 |
|---|---|
| 두 가지 이상을 비교 | 표 |
|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다름 | 표 |
| 순서가 있는 절차 | 번호 목록 |
| 순서 없는 항목 나열 | 글머리 목록 |
| 인과관계 설명 | 문단 |
| 판단의 근거 | 문단 |
마지막 두 줄이 중요합니다. 판단과 이유는 문단으로 써야 합니다. 표로 만들면 근거가 단답이 되어 설득력이 사라집니다. 전부 표로 만든 문서가 읽기 편해 보이는데 남는 게 없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굵게 표시를 아끼기
강조가 많으면 강조가 사라집니다. 한 화면에 굵은 글씨가 다섯 군데 있으면 눈은 아무 데도 멈추지 않습니다.
기준을 하나 정하면 편합니다. "이 문서에서 하나만 기억한다면 이것"에만 굵게를 쓰는 것입니다. 문단마다 하나씩 굵게 칠하는 습관은 대체로 역효과입니다.
길이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짧게 쓰라는 조언이 흔한데, 실제로는 길이보다 구조가 중요합니다. 긴 글이라도 결론이 앞에 있고 소제목으로 나뉘어 있으면 읽는 사람이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습니다. 반대로 짧아도 결론이 없으면 다시 물어보게 되고, 그 왕복이 더 비쌉니다.
줄여야 하는 건 읽는 사람이 판단하는 데 쓰는 시간이지 글자 수가 아닙니다.
도구로 확인해 보기
말투 바꾸기 해봄에서 "간결하게"를 고르면 어디를 왜 잘랐는지 표로 보여줍니다. 잘려나간 것들을 보면 자기 글에서 반복되는 군더더기 패턴이 눈에 들어옵니다. 대체로 사람마다 두세 가지로 정해져 있습니다.
3줄 요약 해봄에 자기가 쓴 글을 넣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나온 3줄이 내가 전하려던 것과 다르면, 글의 무게중심이 의도한 곳에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