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이 원문을 왜곡하는 순간

요약이 틀려서 사고가 나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개는 요약에서 빠진 단서가 결정적이었습니다.

해봄·

요약 기능을 만들면서 확인한 것 중 하나는, 모델이 만든 요약은 틀리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문장 단위로 보면 원문에 있는 내용이고 사실 관계도 맞습니다. 그런데도 요약본만 읽고 판단했다가 나중에 곤란해지는 일이 생깁니다.

원인은 대체로 같습니다. 요약이 틀린 게 아니라 요약에서 빠진 것이 결정적이었던 경우입니다.

사라지는 것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여러 종류의 글을 넣어 보면서 반복적으로 관찰된 패턴이 있습니다. 압축 과정에서 가장 먼저 떨어져 나가는 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빠지는 것왜 빠지나빠지면 생기는 문제
시점·기간 한정수식어라 부차적으로 보임"매출 30% 증가"가 언제 기준인지 사라짐
전제 조건문장 중간의 종속절에 있음조건이 안 맞는 상황에 결론만 적용됨
수치의 출처·표본괄호 안에 있는 경우가 많음근거가 약한 숫자가 사실처럼 굳어짐
반대 의견·한계글의 뒷부분에 몰려 있음균형 잡힌 글이 한쪽 주장으로 바뀜
예외 사례분량이 짧음"항상 그렇다"로 읽힘

공통점이 보입니다. 전부 문장에서 부수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정보입니다. 요약은 문장의 중심을 남기고 주변을 버리는 작업이라, 구조적으로 이것들이 먼저 사라집니다.

가장 자주 문제가 되는 건 첫 번째와 세 번째입니다. 숫자는 요약에 잘 살아남는데, 그 숫자에 붙어 있던 조건은 잘 살아남지 못합니다. 그래서 요약본에서는 숫자가 원문보다 더 확실해 보입니다.

목적에 따라 남겨야 할 것이 다르다

같은 글이라도 왜 요약하느냐에 따라 남겨야 할 부분이 달라집니다. 이걸 무시하고 만든 요약은 어느 쪽에도 잘 맞지 않습니다.

  • 훑어보기용이면 결론과 전개만 있으면 됩니다. 단서는 없어도 됩니다.
  • 팀 공유용이면 사람들이 이어서 물어볼 질문을 예상해 근거를 남겨야 합니다.
  • 판단 근거용이면 결론보다 전제와 한계가 더 중요합니다.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정보가 빠지면 요약이 아니라 왜곡입니다.
  • 공부용이면 용어 정의와 구조가 남아야 합니다.

3줄 요약 해봄에서 목적을 먼저 묻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목적을 알면 무엇을 버릴지 다르게 정할 수 있습니다.

"잘려나간 것" 항목을 넣은 이유

이 도구에는 요약 아래에 요약하면서 잘려나간 것을 따로 적는 항목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부가 기능으로 넣었는데, 써 보니 이쪽이 3줄 요약보다 더 자주 쓰이는 부분이 됐습니다.

그리고 프롬프트에 한 가지 규칙을 넣었습니다. "없음"이라고 답하지 말 것입니다. 모델은 그냥 두면 "특별히 빠진 내용은 없습니다"라고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편하긴 한데 사실이 아닙니다. 3줄로 줄이면서 아무것도 안 버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억지로라도 찾아내게 하면 대개 정말로 중요한 것이 하나쯤 나옵니다.

요약본을 쓸 때의 최소한의 규칙

실무에서 지키면 대부분의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규칙은 두 개입니다.

  1. 요약본을 근거로 결정하지 않는다. 요약은 원문을 읽을지 말지 정하는 데 씁니다. 결정은 원문을 보고 합니다.
  2. 요약본을 남에게 전달할 때는 원문 링크를 같이 보낸다. 요약만 전달되면 받은 사람은 그게 전부인 줄 알게 됩니다.

당연한 말 같지만 실제로는 잘 안 지켜집니다. 요약이 충분히 그럴듯하기 때문입니다. 그럴듯함이 곧 정확함은 아니라는 게 이 도구를 만들면서 가장 자주 확인한 사실이었습니다.

이 글은 해봄 운영자가 직접 도구를 만들고 운영하며 확인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사실이 아닌 부분을 발견하시면 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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