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록 자동화가 잘 안 되는 회의의 특징
전사가 정확해도 회의록이 쓸모없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대개 회의 자체에 있습니다.
녹음을 전사하고 요약해서 회의록을 만드는 흐름은 이제 어렵지 않습니다. 전사 정확도도 충분히 올라왔습니다. 그런데도 나온 회의록이 쓸모없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여러 종류의 회의로 시험해 보면서 알게 된 건, 문제가 도구 쪽이 아니라 회의 쪽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잘 되는 회의와 안 되는 회의
| 잘 나옴 | 안 나옴 |
|---|---|
| 안건이 미리 정해진 회의 | 이야기가 흘러가는 회의 |
| 결정을 내리는 회의 | 정보를 공유만 하는 회의 |
| 참석자가 4~5명 이하 | 10명 이상 |
| 말이 겹치지 않는 회의 | 동시에 말하는 회의 |
| 화면 공유 없이 말로 진행 | 화면을 보며 "이거", "여기" |
마지막 줄이 특히 큽니다. 화면을 같이 보면서 "이 부분을 이렇게 바꾸죠"라고 하면, 녹음에는 지시대명사만 남습니다. 전사는 정확한데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회의록이 나옵니다. 이건 어떤 모델을 써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정보가 애초에 소리로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정과 논의를 구분하지 못하는 문제
두 번째로 자주 나오는 문제입니다. 회의 중에 여러 안이 나오고 그중 하나로 정해지는데, 요약에서는 논의된 모든 안이 나란히 나열됩니다. 읽는 사람은 결국 뭐로 정해진 건지 알 수 없습니다.
말로 진행되는 회의에서는 결정이 명시적으로 선언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 그렇게 하죠" 정도로 끝나고, 그 앞에 여러 얘기가 있었으면 어느 것을 가리키는지 모호합니다.
해결책은 도구 쪽이 아니라 회의 쪽에 있습니다. 회의 끝에 30초만 써서 결정된 것을 말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A안으로 가고, 담당은 ○○님, 다음 주 수요일까지입니다." 이 한 문장이 녹음에 들어 있으면 회의록 품질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액션아이템에서 담당자가 사라진다
세 번째 문제입니다. 회의에서 할 일은 정해지는데 누가 할지는 흐릿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확인이 필요하겠네요" 하고 다음 안건으로 갑니다. 회의록에는 "확인 필요"만 남습니다.
이건 회의록의 문제가 아니라 회의의 문제입니다. 다만 회의록을 자동으로 만들면 이 문제가 눈에 보이게 됩니다. 예전에는 담당자가 없는 채로 넘어간 항목이 기억 속에서 사라졌는데, 이제는 문서에 "담당: 미정"으로 남습니다.
이게 자동 회의록의 예상 못 한 효용이었습니다. 회의가 얼마나 허술했는지가 드러납니다.
그래서 어떻게 쓰는 게 낫나
도구를 잘 쓰는 것보다 회의를 조금 바꾸는 쪽이 효과가 큽니다.
- 회의 시작에 안건을 소리 내어 말한다 (한 줄이면 됨)
- 화면을 보며 얘기할 때는 "이거" 대신 대상 이름을 말한다
- 결정될 때마다 "그럼 A로 정합니다"라고 명시한다
- 회의 끝 30초 동안 결정사항과 담당자를 말로 정리한다
전부 합쳐 2분이 안 걸리는데, 회의록 품질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도구 교체보다 큽니다.
요약 도구를 쓸 때
3줄 요약 해봄에 회의 전사본을 넣어도 됩니다. 다만 목적을 "팀에 공유하기"로 두는 편이 낫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이어서 물어볼 만한 근거를 더 남깁니다.
그리고 결과에 나오는 "요약하면서 잘려나간 것"을 꼭 보시길 권합니다. 회의 요약에서 잘려나가는 것은 대체로 반대 의견입니다. 결론만 남고 왜 그 결론이 나왔는지, 누가 무엇을 우려했는지가 사라집니다. 나중에 그 우려가 현실이 됐을 때 "그때 아무도 얘기 안 했다"가 되는 경우가 여기서 시작됩니다.